늙음과 병듦과 죽음의 격랑 4 (대장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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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14-09-26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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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50대 초의 한 남성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누구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말해주어서 비로소 그가 누구인지 알았다. 그는 차관급의 고위공직자였는데 제 작년 봄에 필자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그의 병은 용정이란 것인데 요즘 용정쯤이야 간단하게 수술하면 그만이어서 대수롭지 않은 병이었다. 그런데도 그가 굳이 필자를 찾아온 것은 마지못해서였다. 그를 잘 아는 필자의 제자 중 하나가 수술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다며 그를 억지로 데리고 왔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자신의 병에 대해서 적극적이지 않았다. 물론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심각한 병이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필자를 대하는 태도가 영 진정성이 없어 보여서 속으로 기분이 썩 좋지가 않았다. 하기는 말만 들어도 금방 알 수 있는 유명한 의과대학을 나온 닥터가 하얀 가운을 입고 맞이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첨단의료기기를 갖춘 병원도 아니라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필자의 방이란 곳도 그렇다. 하다못해 근사한 건물에서 사람의 눈을 홀딱 반하게 할 만큼 장엄하게 장식이라도 했으면 모를까 시내 변두리에 초라한 건물 원룸 두어 개를 터서 만든 연구실이라 더 그랬음직도 하다. 중생의 눈은 보이는 현상만을 보고 판단하니까 모르기는 해도 그런 영향도 전혀 없지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찌되었건 필자를 찾아온 손님이라 속으로 자존심이 좀 상하기는 했지만 그를 데리고 온 제자의 체면을 봐서라도 내색하지 않고 진단부터 해보기로 했다. 그래 생년월일시를 물어보니 그는 멀거니 필자를 쳐다보았다. 무슨 사주팔자라도 보는가 하는 눈길이어서 또 한 번 자존심이 상해서 속으로 네가 말 안 하면 나도 말해줄 수 없다 하고는 잠시 기다렸더니 겨우 입을 열었다. 한 마디로 지나가는 말처럼 근성으로 하는 대답이었다. 해서 구구절절이 말해주고 싶지가 않았다. 인간의 생 노 병 사는 천지자연의 변화규율에 상응해서 전개된다는 사실을 납득시켜서 체질과 병의 원인을 진단해주고 어떻게 하면 치료할 수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주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래 필자도 그의 대답을 듣고 대충 살펴보았다. 그러나 그의 체질공식을 적어나면서 필자의 시선은 점점 심각해져갔다. 그의 체질이 얼음처럼 차가웠던 것이다. 그가 태어난 월이 바로 음력 12월 가장 추울 때이고 태어난 날짜도 그랬다. 더욱이 태어난 시간은 매우 습했다. 습한데다 열기까지 있었다. 즉 냉하고 습한 열이 동시에 인체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그가 맞이하는 기후와 에너지는 열기가 충천하는 시기에 놓여있었다.
본래 공식 전체가 냉한 체질은 겉으로 열이 펄펄 나는 특징이 있다. 이것을 허한 열이라 하는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열이 많은 체질이라 오인하기 쉽다. 이런 체질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진단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겉으로 열이 나니 당연히 열이 많은 체질이라 생각하기 마련이고 따라서 심장이 건강하다고 착각한다. 심장이 열을 생산하는 공장이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심장 약을 쓰지 않고 찬 성질에 속하는 신장을 보하는 약을 쓰는데 한 마디로 사약을 주는 것과 다름없다. 오래 그런 음식이나 약을 섭취하면 고혈압 당뇨는 물론이려니와 대장암이나 신부전증을 앓을 수 있고 간이 경화될 수도 있고. 더 심하면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할 수 있다.
체질이 차면 신장 방광이 크고 실한 반면 심장이 매우 허약하다. 그래서 심장을 돕는 간과 심장을 보하는 약을 써야 한다. 그런데 체질공식 전체가 차고 냉한 에너지로 구성되어있으면 기이하게도약을 써는 논리와는 정반대가 된다. 지구의 공전과 자전에 의해 변화하는 기후와 에너지는 반드시 추워야 건강해지는 것이다. 그 까닭은 음양의 이치에 있다. 음은 양을 끌어오고 양은 음을 끌어오기 때문이다. 즉 추위는 음이고 더위는 양인데, 체질 에너지가 모두 음일 때는 계속해서 음을 만나야 음이 양을 끌어와 자연히 건강해지는 것이다. 그리되면 속은 비록 차고 냉하다 하더라도 겉은 열이 펄펄 나는 체질이 된다.
그러나 체질 에너지가 모두 음, 즉 추위인데 더위를 만나면 음이 양을 끌어오지 못한다. 따라서 이때부터 음양의 조화가 깨져서 여러 가지 질병을 앓는다. 심장이 약화된 현상이 적나라하게 나타날 뿐만 아니라 허한 열이 속에까지 차게 된다. 이럴 때 고혈압증세가 나타나는데 문제는 대장과 신장에 심각한 병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대장은 더워야 하는데 천지자연의 더운 기후와 더위를 끌어오지 못하므로 본래 차고 냉한 속이 본격적으로 차고 더워지는 것이다. 이리되면 대장의 미생물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기 마련이고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허한 열만 점점 더해진다.
그러면 어찌되는가? 대장이 흡수한 음식찌꺼기를 미생물들이 발효시켜서 아래로 내려 보내지 못하고 정체되기 마련이다. 음식찌꺼기가 정체되면 대장이 대장으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미생물들은 죽어가고 썩은 음식찌꺼기에서 자생한 못된 균들이 제 세상을 만난 양 활개를 치고 번식한다. 용정이란 것도 이러한 이치에서 생긴 것인데 심하면 그 균들이 악성으로 변해 암이 되고 만다. 그런데 대장이 차고 허한 열이 나면 대개 직장에 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하다하다는 사실을 오랜 임상경험에서 얻은 확신이 있다.
그러므로 나는 용정 때문에 왔던 그 사람의 체질공식에서 그 때 그 당시 굉장히 대장이 냉한데 허한 열이 나는 시기에 봉착 헸다는 사실을 알고는 속으로 매우 당황했다. 그런 사실을 말해주자니 필자에 대한 신뢰감이 별로 없어 보이고, 말을 안 해 주자니 언젠가는 위험이 닥칠 것 같고 참으로 난감했었다. 그래서 지나가는 말처럼 용정은 대수롭지 않으나 대장, 특히 직장을 주의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만 해주고 말았다. 그 말을 들은 그는 고개만 끄덕이고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고는 그는 별다른 이야기 없이 묵묵히 앉았다가 바쁘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 나서 2년이 지난 늦은 봄이었다. 생면부지의 한 남자가 연락도 없이 불쑥 필자를 찾아왔다. 필자는 그가 누구인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반갑게 인사해서 의아했다. 그러나 그가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바로 용정을 앓는다며 필자의 제자와 찾아왔던 좀 거만해보이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래 반갑게 악수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그가 말했다. 예전에 직장을 주의하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 생각이 나서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직장암 말기라 하였다. 더욱이 항문 밖으로도 어린아이 주먹만한 암 덩어리가 솟아있다 하였다.
각설하고 어찌되었건 필자는 그날부터 그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필자가 창안한 파동치료법은 독특하다. 현대의술뿐만 아니라 과거의술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전대미문의 비법이다. 그것은 척추 부위에 파동을 일으켜서 치료하는 법인데 파동이 직장으로 전달되면 굉장한 통증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병은 괜찮지만 암 중에서도 직장암의 경우 특히 외부로 나타나있는 암 덩어리는 치료 후에 오는 통증은 대단히 견디기 어렵다. 파동이 암 덩어리 속으로 들어가 뭉친 것들을 파괴하기 때문인데 이놈의 균 녀석들이 파동에 데미지를 입었으니 발광을 하기 마련이고 발광을 하다 보니 통증이 유발되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간 그리했을 때 덩어리는 기어코 떨어져 나가기 마련이다.
아무튼 필자의 예상대로 그는 굉장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얼마나 아팠던지 치료 후에 집에 가서는 마약을 복용해야만 했다. 그렇게 15일 정도 치료하던 어느 날이었다. 통증이 죽기보다 싫다 하였다. 그리고 어차피 말기이니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그리 마음먹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하였다. 아닌 게 아니라 그렇게 말하는 그의 표정은 전에 없이 평온해보였다.
그는 그렇게 떠났다. 필자는 근 한 달여를 그에 대한 안타까움이 사라지지 않았다. 완치시킬 자신이 있었다기 보다 끝까지 치료해보지 못한 아쉬움 그리고 죽음을 초연히 받아들이는 그의 내면의 심중은 어떨까? 하는 마음 등등 여러 가지가 마음을 어지렵혔다. 그리고 또 한 번 생각한다. 체질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그에 따라 처방해서 미리미리 올 병을 안 오게 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어디 있느냐고 세상 사람들에게 안타깝게 외치고 싶다.
진짜 명의는 큰 병을 앓지 않게 예방하는 것인데 오늘날 명의는 칼을 들고 수술을 잘 하는 사람이라 칭송한다. 하지만 그런 치료는 마지막으로 어쩔 수 없이 하는 기술이지 명의는 아닌 것이다. 그런데 진단을 잘 해서 미리 올 큰 병을 오지 않게 하는 진짜 명의는 그가 정말 훌륭한 의사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절망적인 병을 앓아보지 않았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말이 옳은 것만은 사실이니까 병이 들기 전에 혹은 작은 병이 왔을 때 큰 병을 앓지 않도록 방비할 줄 아는 그런 지혜를 모두모두 가졌으면 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자신의 병에 대해서 적극적이지 않았다. 물론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심각한 병이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필자를 대하는 태도가 영 진정성이 없어 보여서 속으로 기분이 썩 좋지가 않았다. 하기는 말만 들어도 금방 알 수 있는 유명한 의과대학을 나온 닥터가 하얀 가운을 입고 맞이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첨단의료기기를 갖춘 병원도 아니라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필자의 방이란 곳도 그렇다. 하다못해 근사한 건물에서 사람의 눈을 홀딱 반하게 할 만큼 장엄하게 장식이라도 했으면 모를까 시내 변두리에 초라한 건물 원룸 두어 개를 터서 만든 연구실이라 더 그랬음직도 하다. 중생의 눈은 보이는 현상만을 보고 판단하니까 모르기는 해도 그런 영향도 전혀 없지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찌되었건 필자를 찾아온 손님이라 속으로 자존심이 좀 상하기는 했지만 그를 데리고 온 제자의 체면을 봐서라도 내색하지 않고 진단부터 해보기로 했다. 그래 생년월일시를 물어보니 그는 멀거니 필자를 쳐다보았다. 무슨 사주팔자라도 보는가 하는 눈길이어서 또 한 번 자존심이 상해서 속으로 네가 말 안 하면 나도 말해줄 수 없다 하고는 잠시 기다렸더니 겨우 입을 열었다. 한 마디로 지나가는 말처럼 근성으로 하는 대답이었다. 해서 구구절절이 말해주고 싶지가 않았다. 인간의 생 노 병 사는 천지자연의 변화규율에 상응해서 전개된다는 사실을 납득시켜서 체질과 병의 원인을 진단해주고 어떻게 하면 치료할 수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주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래 필자도 그의 대답을 듣고 대충 살펴보았다. 그러나 그의 체질공식을 적어나면서 필자의 시선은 점점 심각해져갔다. 그의 체질이 얼음처럼 차가웠던 것이다. 그가 태어난 월이 바로 음력 12월 가장 추울 때이고 태어난 날짜도 그랬다. 더욱이 태어난 시간은 매우 습했다. 습한데다 열기까지 있었다. 즉 냉하고 습한 열이 동시에 인체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그가 맞이하는 기후와 에너지는 열기가 충천하는 시기에 놓여있었다.
본래 공식 전체가 냉한 체질은 겉으로 열이 펄펄 나는 특징이 있다. 이것을 허한 열이라 하는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열이 많은 체질이라 오인하기 쉽다. 이런 체질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진단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겉으로 열이 나니 당연히 열이 많은 체질이라 생각하기 마련이고 따라서 심장이 건강하다고 착각한다. 심장이 열을 생산하는 공장이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심장 약을 쓰지 않고 찬 성질에 속하는 신장을 보하는 약을 쓰는데 한 마디로 사약을 주는 것과 다름없다. 오래 그런 음식이나 약을 섭취하면 고혈압 당뇨는 물론이려니와 대장암이나 신부전증을 앓을 수 있고 간이 경화될 수도 있고. 더 심하면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할 수 있다.
체질이 차면 신장 방광이 크고 실한 반면 심장이 매우 허약하다. 그래서 심장을 돕는 간과 심장을 보하는 약을 써야 한다. 그런데 체질공식 전체가 차고 냉한 에너지로 구성되어있으면 기이하게도약을 써는 논리와는 정반대가 된다. 지구의 공전과 자전에 의해 변화하는 기후와 에너지는 반드시 추워야 건강해지는 것이다. 그 까닭은 음양의 이치에 있다. 음은 양을 끌어오고 양은 음을 끌어오기 때문이다. 즉 추위는 음이고 더위는 양인데, 체질 에너지가 모두 음일 때는 계속해서 음을 만나야 음이 양을 끌어와 자연히 건강해지는 것이다. 그리되면 속은 비록 차고 냉하다 하더라도 겉은 열이 펄펄 나는 체질이 된다.
그러나 체질 에너지가 모두 음, 즉 추위인데 더위를 만나면 음이 양을 끌어오지 못한다. 따라서 이때부터 음양의 조화가 깨져서 여러 가지 질병을 앓는다. 심장이 약화된 현상이 적나라하게 나타날 뿐만 아니라 허한 열이 속에까지 차게 된다. 이럴 때 고혈압증세가 나타나는데 문제는 대장과 신장에 심각한 병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대장은 더워야 하는데 천지자연의 더운 기후와 더위를 끌어오지 못하므로 본래 차고 냉한 속이 본격적으로 차고 더워지는 것이다. 이리되면 대장의 미생물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기 마련이고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허한 열만 점점 더해진다.
그러면 어찌되는가? 대장이 흡수한 음식찌꺼기를 미생물들이 발효시켜서 아래로 내려 보내지 못하고 정체되기 마련이다. 음식찌꺼기가 정체되면 대장이 대장으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미생물들은 죽어가고 썩은 음식찌꺼기에서 자생한 못된 균들이 제 세상을 만난 양 활개를 치고 번식한다. 용정이란 것도 이러한 이치에서 생긴 것인데 심하면 그 균들이 악성으로 변해 암이 되고 만다. 그런데 대장이 차고 허한 열이 나면 대개 직장에 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하다하다는 사실을 오랜 임상경험에서 얻은 확신이 있다.
그러므로 나는 용정 때문에 왔던 그 사람의 체질공식에서 그 때 그 당시 굉장히 대장이 냉한데 허한 열이 나는 시기에 봉착 헸다는 사실을 알고는 속으로 매우 당황했다. 그런 사실을 말해주자니 필자에 대한 신뢰감이 별로 없어 보이고, 말을 안 해 주자니 언젠가는 위험이 닥칠 것 같고 참으로 난감했었다. 그래서 지나가는 말처럼 용정은 대수롭지 않으나 대장, 특히 직장을 주의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만 해주고 말았다. 그 말을 들은 그는 고개만 끄덕이고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고는 그는 별다른 이야기 없이 묵묵히 앉았다가 바쁘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 나서 2년이 지난 늦은 봄이었다. 생면부지의 한 남자가 연락도 없이 불쑥 필자를 찾아왔다. 필자는 그가 누구인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반갑게 인사해서 의아했다. 그러나 그가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바로 용정을 앓는다며 필자의 제자와 찾아왔던 좀 거만해보이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래 반갑게 악수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그가 말했다. 예전에 직장을 주의하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 생각이 나서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직장암 말기라 하였다. 더욱이 항문 밖으로도 어린아이 주먹만한 암 덩어리가 솟아있다 하였다.
각설하고 어찌되었건 필자는 그날부터 그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필자가 창안한 파동치료법은 독특하다. 현대의술뿐만 아니라 과거의술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전대미문의 비법이다. 그것은 척추 부위에 파동을 일으켜서 치료하는 법인데 파동이 직장으로 전달되면 굉장한 통증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병은 괜찮지만 암 중에서도 직장암의 경우 특히 외부로 나타나있는 암 덩어리는 치료 후에 오는 통증은 대단히 견디기 어렵다. 파동이 암 덩어리 속으로 들어가 뭉친 것들을 파괴하기 때문인데 이놈의 균 녀석들이 파동에 데미지를 입었으니 발광을 하기 마련이고 발광을 하다 보니 통증이 유발되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간 그리했을 때 덩어리는 기어코 떨어져 나가기 마련이다.
아무튼 필자의 예상대로 그는 굉장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얼마나 아팠던지 치료 후에 집에 가서는 마약을 복용해야만 했다. 그렇게 15일 정도 치료하던 어느 날이었다. 통증이 죽기보다 싫다 하였다. 그리고 어차피 말기이니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그리 마음먹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하였다. 아닌 게 아니라 그렇게 말하는 그의 표정은 전에 없이 평온해보였다.
그는 그렇게 떠났다. 필자는 근 한 달여를 그에 대한 안타까움이 사라지지 않았다. 완치시킬 자신이 있었다기 보다 끝까지 치료해보지 못한 아쉬움 그리고 죽음을 초연히 받아들이는 그의 내면의 심중은 어떨까? 하는 마음 등등 여러 가지가 마음을 어지렵혔다. 그리고 또 한 번 생각한다. 체질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그에 따라 처방해서 미리미리 올 병을 안 오게 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어디 있느냐고 세상 사람들에게 안타깝게 외치고 싶다.
진짜 명의는 큰 병을 앓지 않게 예방하는 것인데 오늘날 명의는 칼을 들고 수술을 잘 하는 사람이라 칭송한다. 하지만 그런 치료는 마지막으로 어쩔 수 없이 하는 기술이지 명의는 아닌 것이다. 그런데 진단을 잘 해서 미리 올 큰 병을 오지 않게 하는 진짜 명의는 그가 정말 훌륭한 의사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절망적인 병을 앓아보지 않았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말이 옳은 것만은 사실이니까 병이 들기 전에 혹은 작은 병이 왔을 때 큰 병을 앓지 않도록 방비할 줄 아는 그런 지혜를 모두모두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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