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맞는 약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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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 박사의
내 몸에 맞는 약 밥 상
인간을 위해 하늘이 내린 최고의 선물은 생명을 지속시켜주는 곡식이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도 밥을 한 숟가락이라도 먹을 수 있으면 생명이 단절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 곡식 채소 과일 등이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면역력을 상실하기 시작하였다. 그때는 아마도 야생이었던 그것들을 인위적으로 기르기 시작하면서 부터가 아닌가 싶다. 원시자연에서 거칠고 억센 잡초를 이기고 자란 그 생명력과 면역력을 생각해보면 그때의 곡식은 병충이든 곤충이든 범접도 못할 에너지를 발산했을 것이다.
하지만 생산을 늘리기 위해 잡초를 없애고 퇴비로 기르기 시작했으니 자생력을 잃기 마련이다. 마치 양식장의 물고기와 같다고나 할까? 게다가 이제는 비료에다가 제초제 농약 없이는 밥상 위의 모든 것들을 키우기조차 어려울 만큼 생명력과 면역력을 잃고 말았다. 그나마 그것들의 독성까지 흡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밥상 위의 모든 것들에 쉽게 손이 가질 않는다. 이 모두가 무위한 자연에 맡겨두지 않은 까닭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수십 억 인구가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결국은 스스로 병을 이기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그러므로 이 칼럼의 제목을 내 몸에 맞는 약 밥상이라 하였다. 핵심 줄거리는 체질에 맞는 음식은 많이 먹고 맞지 않으면 적게 먹는 지혜를 제공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눈이 번쩍 뜨일만한 놀라운 사실 하나를 꼭 소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우리의 주식인 곡식을 원시자연의 야생성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오래 묵인 땅에 잡초를 제거한 다음, 땅을 갈아엎지 않은 채 그대로 벼 보리 밀 콩 등을 뿌린다. 그리고 새가 쪼아 먹지 않도록 벼는 볏짚, 보리는 보릿대, 밀은 밀대, 콩은 콩대를 뿌린 씨앗에 덮어 놓는다. 씨앗들은 제 디엔에이와 같은 풀을 덮었으므로 자연의 낙엽이 떨어져서 걸음이 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그렇게 내버려 두고 제초제 농약 비료는 물론 퇴비도 주지 말고 내버려둔다. 그러면 첫 파종 후에는 싹은 나되 잡초 때문에 키도 작고 씨앗도 제대로 맺지 못한다. 게다가 병충 곤충들이 잎사귀를 다 갉아먹어서 썩기도 하고 씨앗도 매지 못하는 것들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끝끝내 버티고 살아남아서 볼품없이 작은 씨앗을 맺는 것들도 있다. 이 씨앗을 다음 해 같은 방법으로 또 뿌려놓는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반복해서 만 5년을 그와 같이 씨앗을 뿌리면 드디어 잡초가 벼 보리 밀 콩이 잡초를 이기고 병충도 범접하지 못할 정도로 강역한 생명력과 면역력을 회복하고 씨앗도 제법 풍성하게 맺힌다. 그러한 농법을 야생재배농법이라 명칭을 붙여보았다. 채소 과일도 마찬가지다. 그와 같이 와일드하게 키우면 원시 야생이었던 강한 생명력을 되찾게 된다. 그리고 그것들을 밥상 위에 올리면 그야말로 “야생밥상이자 최고의 약 밥상”이라 할 수 있다. 곡식은 어차피 매일 먹어야 할 주식이므로 체질을 따질 필요가 없다. 물론 채소 과일은 곡식의 부족한 성분을 채워주기는 하지만 약초의 하나로 보고 체질에 맞추어서 섭취해야 한다. 어쨌거나 해마다 새로운 병이 발발하고 온갖 불 난치 질병이 비온 뒤의 죽순처럼 퍼져나가는 요즘 세상에 그런 야생을 밥상 위에 올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다음 회에 쓸 글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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