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칼럼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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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 박사의 의명학 이야기
폐암 대장암 직장암 원인과 치료원리
1,열이 많은 체질은 폐암에 취약하다.
폐암을 앓을 수 있는 체질은 크게 보아 세 가지가 있다. 두 가지 예는 후일로 미루고 그 중에서 폐암을 가장 많이 앓는 열성 체질을 먼저 예로 들기로 한다. 폐는 소음(少陰, 陽氣가 많은 중에 약간의 陰氣)이라 본래 열이 많은 장부다. 그럼에도 열이 많은 체질이 폐암에 취약한 까닭은 열이 태과한 데에 있다. 만 가지 병은 음양의 조화가 깨질 때 앓거니와 열이 태과하면 소음이어야 할 폐가 양기(陽氣, 火氣)로 인해 음기(陰氣, 水氣)가 마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열이 태과한 체질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태생적으로 피부가 곱지만 얇고 약해서 실핏줄이 보일만큼 투명하고 작은 부닥침에도 멍이 잘 드는데 쉽게 없어지지도 않는다. 흰 피부가 특징이지만 가무잡잡하기도 하다. 거기다가 핏줄이 힘이 없어서 링거주사를 맞을 때 노련한 간호사라도 혈관을 능숙하게 찾지 못한다. 그 밖에 소변 양이 적고 자주 마렵다든지 만성피로증세도 따른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감기가 문제가 된다.
열이 많으면 대개 허기가 빨리 져서 음식을 자주 그리고 많이 먹고 감기를 잘 앓지 않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건강을 자신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치명적인 결점이 있으므로 건강을 자신했다가는 큰일 난다. 위암과 폐암에 아주 취약하다. 하늘의 섭리(攝理)는 체질을 변화시켜 늙고 병들어 죽게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부지런히 체질 개선에 힘써야 한다. 한 십년 전 이른 봄에 만난 40대 초의 어느 남성의 일이다. 180센티 정도의 키에 헬스로 다져진 건장한 몸매였다. 그는 한 끼에 밥 두 공기쯤 거뜬히 먹고 소화도 잘 되는데다가 감기한 번 앓은 적이 없다며 건강에 관한한 자신만만해 하였다.
진단해보니 전형적인 열성체질이었다. 게다가 하필이면 그해가 火氣가 주관하는 터라 위험을 직감하고는 대놓고 여름에 위암을 주의하라 충고하였다. 보통사람이면 그 말을 듣고 겁에 질릴 텐데 그는 미소를 띠었다. 일러주는 처방도 듣는 척은 했지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마디로 웃기지 말라는 냉소가 느껴져 더는 말하지 않았다. 몇 개월 지나 그해 늦가을에 그의 소식을 들었다. 갑자기 소화가 막혀서 병원에 갔다가 위암 말기 진단을 받고 항암으로 두 달을 더 버티다가 생을 마감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아무튼 열 때문에 앓는 위암은 그렇다 치고, 폐암은 증세가 좀 다르다. 병이 들라치면 밥맛도 별로고 소화도 자주 막히고 가끔 숨도 가빠지기도 하고 아토피로 고생 하는 등의 증세가 있다. 그리고 으슬으슬 춥기도 하지만 감기도 잘 들지 않는다. 그러나 감기는 위암과 다른 행태를 보인다. 거의 앓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온 몸에 힘이 빠지면서 감기가 든다. 그리고 한 번 든 감기는 온갖 약을 다 써도 좀체 낫지를 않는다. 이런 증세가 있을 때는 폐암을 의심해야 한다. 여하간 열이 많은 체질은 폭탄을 안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평소에 적극적으로 섭생을 잘 해야 한다. 음식과 약초로 위장을 도와 폐의 열을 사해주는 한편, 폐와 신장 기능을 강화시키면 예방할 수 있으니 애시 당초에 그런 증세조차 나타나지 않으므로 폐암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바로 다음과 같은 체질이 그렇다. (*이 사람은 폐암 2기였으나 수술 없이 완치하고 현재 생존하고 있는 사람인데 본인이 원하지 않으므로 생년만 밝힌다)
열이 많은 폐암(1966년 生)
생년 丙午(병오) 대운(체질을 변화시키는 기후와 에너지)
생월 甲午(갑오) 乙(을) 丙(병) 丁(정) 戊(무) 己(기) 庚(경)
생일 丙寅(병인) 未(미) 申(신) 酉(유) 戌(술) 亥(해) 子(자)
생시 乙未(을미) 0세 10세 20세 30세 40세 50세
체질: 熱(속은 열이고 겉은 추위를 타는 특이 체질)
오장육부와 오행의 성질: 생년과 생일의 丙(병)은 소장(小腸) 에너지이고, 생년 생월 午(오)는 심장(心臟)에너지이며 성질은 둘 다 뜨거운 火氣이다. 생월 甲(갑)과 생일 寅(인)은 陽의 木氣로서 담(膽) 에너지이고, 성질은 風이며, 생시 乙(을)은 陰의 木氣로서 간(肝) 에너지이고 성질은 風이며, 생시 未(미)는 陰의 土氣이고 비장(脾臟)에너지이며 성질은 뜨겁다.
진단:생년의 丙은 소장의 에너지로서 火氣 중에서도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비유된다. 따라서 木氣이고 담의 에너지인 생월의 甲(갑)과 역시 木氣이고 간의 에너지인 생시의 乙을 무섭게 태운다. 그리고 생년과 생월의 午(오)는 심장 에너지로서 火氣 중에서도 직사광선으로 내리비취는 정오의 태양 열기에 비유되고, 생일의 寅(인)은 木氣로서 담 에너지지만 생월의 午(오)와 합해서 더욱 거센 불꽃으로 변한다. 생시의 未(미)는 비장 에너지고 그 기질이 비록 흙(土)이지만 성질이 午(오)보다 더 뜨거워서 火氣나 다름이 없다.
이렇게 火氣가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체질을 굳이 일컬어서 태양인(太陽人)이라 한다. 흔히 폐가 크면 태양인 하고 말하는 이재마의 사상(四象) 또는 팔상(八象)이란 논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체질 론이다. 火氣가 곧 태양(太陽)이고 火氣가 이 사람의 체질 전체를 지배하므로 태양인이라 하는 것이다. 동양의학원전 황제내경이나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도 심장 에너지를 火라 하고 火가 많은 체질을 태양인이라 하였다. 아무튼 그건 그렇다 하고 황제내경은 이 사람처럼 火氣가 체질 전체를 지배하고 있으면 炎上(염상)이라 하였다. 즉 火氣가 위로 활활 타오른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서 독자는 강한 의문이 들 것이다. 사람의 몸이 火氣로만 가득 차있으니 火의 에너지인 심장 소장을 제외한 다른 장부는 열 때문에 다 망가지는 것이 아닌가? 하고 고개가 갸우뚱해질 것 같다. 사실 炎上(염상) 말고도 특이한 체질은 넷이나 더 있다. 비위의 에너지인 土氣(토기)만 지배하는 稼穡(가색, 심어서 기른다는 뜻) 체질, 폐 대장의 에너지인 金氣(금기)만 지배하는 從革(종혁, 金氣를 따른다는 뜻) 체질, 신장 방광의 에너지인 水氣(수기)만 지배하는 潤下(윤하, 맑고 깨끝한 물이 아래로 흐른다는 뜻) 체질, 간담의 에너지인 木氣(목기,)만 지배하는 曲直(곡직, 나무가 곧게 자란다는 뜻) 체질이 있다. 모두 황제내경에 기록된 특이 체질인데 후일 다 논하기로 하고, 오늘은 炎上(염상) 체질만 진단해보자.
炎上(염상)을 말하자니 문득 노자의 도덕경 한 줄이 생각난다. 埏埴以爲器當其無有器用(선식이위기당기무유기용)이란 말이 있다. 흙으로 빚은 그릇이 비었으므로 쓰임새가 있다는 말인데, 부연하면 그릇에 무언가가 가득 차 있으면 아무것도 담을 수 없으나 텅 비었으면 무엇이나 담아진다는 뜻이다. 그릇에 물이 가득 찼으면 물이 넘쳐 더 채울 수 없으나 비었으면 물이 저절로 흘러들어 채워진다. 氣도 물과 같다. 지하도에 바람이 불듯 사물을 타고 흐르는 氣는 빈 곳만 찾아들어간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몸은 다섯 가지 물질원소(五行 氣)의 집합체이자 그것들의 그릇이다. 따라서 자전하고 공전하는 지구에 몸을 싣고 돌아가면서 없는 氣가 맞바람처럼 저절로 몸속으로 들어와 채워준다. 그러므로 火氣로 가득 찬 체질은 반드시 상대적인 水氣가 가장 많이 속으로 파고든다. 그런 까닭에 陰陽이 조화로워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염상체질의 특징은 속은 열이 가득 차 있지만 겉은 심하게 추위를 타는 표리부동한 현상으로 나타난다. 보통 진단법으로는 정말로 파악하기 어려운 특이체질이다.
따라서 보통은 약도 거꾸로 처방하기 십상이다. 문진(問診)하면 환자는 당연히 몸이 차서 추위가 싫다고 말할 테니 인심녹용처럼 더운약을 처방하기 마련이다. 그걸 먹는 환자는 어떻게 될까? 그때까지 없던 병도 새로 생기고 앓는 병은 더욱 심화돼 생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다. 당연히 속 열을 덜어주는 단맛에 속하는 음식과 약초를 쓰되 찬 성질을 우선한다. 그리고 성질이 차고 매운 것들로 火氣에 약화된 폐를 돕고, 차고 짠 것들로 신장을 강화시켜서 火氣를 억제해주어야 한다. 평소에 섭생을 그리만 해도 폐암 걱정은 애시 당초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섭생과는 반대로 하늘의 섭리는 오히려 火氣가 충천해주어야 건강이 유지된다. 앞에서 말했듯이 체질전체가 火氣일 때, 하늘의 섭리는 간 에너지인 木氣, 비장 에너지인 土氣, 폐 에너지인 金氣, 신장 에너지인 水氣가 자연히 들어와 부족한 에너지를 채워 건강을 유지시켜준다. 하지만 하늘의 섭리는 일평생 火氣만을 만나게 해주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느 시점에 가서는 반드시 火氣에 반하는 金氣와 水氣를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다. 그때는 타고난 火氣에 金氣가 억압을 받고 水氣는 마르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늙고 병들어 죽거니와 특히 水氣는 火氣에 반하는 가장 큰 적이다. 水氣는 신장 에너지고, 신장은 폐의 뿌리이고, 폐는 신장의 꽃에 해단된다. 따라서 예를 든 위 남성은 亥水가 지배하는 40대 젊은 나이에 폐암을 앓았던 것이다. 다행히 어떤 인연을 만나 바르게 섭생을 하는 한편 몇 가지 의술로 폐암 2기를 수술 없이 고칠 수 있었다. 그러나 50세 庚子 대운부터는 모두를 버리고 오직 건강에만 열중해야 한다. 세속에 메여 건강을 등한시 하면 저승사자가 미소 지을 것이다. 하늘의 섭리인 庚은 金氣이고 폐 대장 에너지인데 타고난 에너지 丙火에 극을 받고, 子水는 신장 에너지인데 2개나 되는 타고난 에너지 午火와 강력하게 충돌하기 때문이다. 마치 화산이 폭발하고 용암이 끓는 것과 같다.
2.대장이 차고 습한 체질은 암에 취약하다.
대장암은 크게 보아 세 가지 원인이 있다. 그 중에서 대장이 차고 습하면 암에 걸릴 확률이 대단히 높다. 대장은 폐와 더불어 더워야 한다. 대장이 더워야 소장으로부터 내려 받은 수곡(水穀)의 찌꺼기를 숙성시켜서 직장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대장이 차면 음식 찌꺼기가 숙성되지 않고 정체되기 마련이고 이것들이 습기에 썩어 용정이나 염증, 또는 크롬병 등을 유발하거나 심하면 암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차고 습한 체질은 항상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짜게 먹으면 독약과 같고 물을 많이 마셔도 좋지 않다. 물은 몸이 원할 때 조금씩 마시고 찬물은 입속에서 따뜻하게 한 뒤에 마셔야야 한다. 그리고 따뜻 성질의 음식과 약초로 차고 습한 대장을 따뜻하게 바꾸어놓아야 암을 예방할 수 있을뿐더러 치료에 도움을 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물 많이 먹기 운동이라도 하는 듯 물병을 들고 다니며 시도 때도 없이 벌컥벌컥 마셔대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모두가 방송에 나온 의사의 말을 듣고 물을 많이 마시기 시작하였단다. 체질이 차건 덥건 가리지 않고 연신 물을 마셔대는 그들을 보면 한탄이 절로 나온다. 몸이 차고 습하면 水氣가 아주 많은 체질이다. 신장 방광이 다른 장부에 비해 크고 실한 반면 상대적으로 간과 심장이 아주 작고 허약하다. 몸에 이미 水氣가 가득한데 자꾸 물을 마셔대면 어떻게 될까? 자꾸 마셔대면 배가 빵빵해질뿐더러 얼굴과 손발이 붓고 숨 쉬기도 힘들어진다. 없던 위염 대장염도 생길 수 있고, 갑자기 많이 마시면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도 있다. 실제 그런 사례가 없지도 않다. 어쨌거나 대장이 차고 습한데다가 연신 물을 부어대면 어찌될지 독자들의 판단에 맡긴다. 암튼 체질에 대해 주의도 주지 않고 그저 물만 많이 먹으라고만 강조하는 의사들은 제발 좀 새겨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라고 충고해주고 싶다. 젊은 나이에 대장암을 앓은 사람의 예를 보면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대장이 차고 습한 대장암(1967년 陰 9월 4일 06:00시 생 女)
생년:丁未 대운(체질을 변화시키는 에너지)
생월:己酉 庚(경) 辛(신) 壬(임) 癸(계) 甲(갑)
생일:甲辰 戌(술) 亥(해) 子(자) 丑(축) 寅(인)
생시:丁卯 0세 10세 20세 30세 40세
체질: 온습(溫濕,대장이 크고 습한 반면 간담과 심장 소장이 작고 허약하다)
오장육부와 五行의 성질: 생년과 생시의 丁(정)은 심장 에너지고 오행은 陰의 火氣이며, 성질은 열이 있다. 생년의 未(미)와 생월의 己(기)는 비장 에너지고, 오행은 陰의 土氣이며 未(미)는 성질이 뜨겁다. 생월의 酉(유)는 폐 에너지인데 생일의 辰(진)과 합해(辰+酉=陽金 ) 대장 에너지로 변한다. 성질은 습한 土氣인 辰(진)과 합했으므로 대장이 습하다. 생시의 卯(묘)는 간 에너지고 오행은 陰의 木氣이며 성질은 風(풍, 추위 중 陽氣)이다.
진단: 이 체질공식의 포인트는 생월의 酉(유)와 생일의 辰(진)에 있다. 辰(진)은 물에 젖어 질펀해진 흙과 같고 酉(유)와 합하여 金氣 변하는데 金이 마치 축축이 젖은 쇠붙이처럼 습하다. 金氣가 이와 같으면 대장에 병을 유발하는 습한 邪氣(사기)가 성애처럼 어린다. 생년의 丁未(정미. 심장과 비장 에너지)와 생시의 丁卯(정묘, 심장과 간 에너지)가 비록 열이 좀 있어서 습기를 흡수할 만한 성질이 있지만 卯(묘)는 젖은 나무와 같아서 습기를 걷어내기 어렵고 丁未(정미)가 그나마 습기를 제거할 만한 따뜻함이 있다. 하지만 체질과 운명을 변화시키는 대운에서 차고 냉한 水氣를 만나면 火氣가 습기를 걷어내지 못하므로 반드시 대장이 병든다. 대장이 차고 습하니 위장으로부터 내려 받은 음식물 찌꺼기를 숙성시켜 아래로 내려 보내지 못하기 때문에 병드는 것이다. 정체된 썩은 음식 찌꺼기가 변비 염증 용정 등을 일으키고 그것이 심해지면 종양이 된다.
아니나 다를까? 진단한 대로 이 사람은 악성 변비에 시달리다가 30대 후반에 성질이 냉한 丑(축) 대운을 맞이하자 기어이 대장암을 앓고 말았다. 만약 심장을 도와주는 간 에너지인 木氣와 심장 에너지인 火氣가 주관하는 대운을 만났으면 절대로 대장암을 앓지는 않았을 것이다. 설사 대장을 습하게 하는 水氣 대운을 만났다 하더라도 간과 심장을 돕는 신맛 쓴맛에 속하는 따뜻한 성질의 것들을 꾸준히 섭취만 했더라도 예방이 가능했을 것이라 장담한다. 수술한 후에도 그런 음식과 약초를 섭취해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차고 짠맛에 속하는 것들을 즐기거나 혹은 소금으로 간장을 한다든지 하는 따위는 죽음을 자초하는 어리석음이다. 물론 시도 때도 없이 벌컥벌컥 물을 마셔대는 것도 그러하다. 더욱이 59세까지 성질이 차디 찬 水氣 子(자)와 亥(해)를 만날 것을 생각하면 끔직하다.
3,체질이 냉하면 직장암이 가장 취약하다.
직장암에도 서너 가지 원인이 있으나 체질이 냉할 때 가장 많다. 직장은 대장과 같은 부류라서 그런지 암의 원인도 거의 닮았다. 다만 체질이 냉할 때 대장보다 직장에 습한 열이 정체돼 암이 발생한 것이라 진단할 수 있다. 2008년 늦은 겨울이었다. 사정기관의 고위공직자인 한 남성이 체질을 알고 싶다며 찾아왔다. 생년월일시에다 오행을 대입해본 순간 대장에 냉한 邪氣(사기)가 잔뜩 껴있음을 발견하고 심각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묻지도 않았는데 대장에 용정이 있다 하였다. 속은 얼음처럼 차고 겉은 더워서 겨울에 내의도 입지 않는 전형적인 특이체질이라 당연했다. 따라서 용정이 문제가 아니라 2009년에 암을 주의하라고 충고하고는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급히 산삼부터 사서 달여 마시라 하였다. 그만큼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한순간에 얼굴색이 싹 변하더니 자신은 열이 굉장히 많은 체질이라 하였다. 그리고 유명한 의원에서도 열이 많다며 술이나 인삼 종류는 절대로 먹지 말라 하였다며 저어기 실망하는 눈치였다. 고위 공직자라서 그런지 자만심과 아집이 강한 사람이라 판단하고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게다가 진지하게 들으려는 자세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 그 의원 약 먹고 배가 더부룩하다든지 변비증세가 있지 않나 하고 묻고 싶었지만 관두었다. 체질과 전혀 맞지 않는 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을 테니 그런 부작용이야 상식이다. 어쨌거니 그는 2009년 연말에 다시 찾아와 고개를 숙였으나 수술을 포기한 말기 직장암환자였다. 그리고 보름이 지난 이듬해에 스스로 삶을 포기하였다. 그런데 그에게는 참 기이한 집안 내력이 있었다. 그의 할머니와 어머니가 유방암으로 세상을 떴는데 몇 년 전에는 아내마저 유방암으로 세상을 버렸다 하였다. 각기 다른 DNA를 가진 여성들이 하필 그 집안에 시집와서 왜 똑 같은 유방암을 알았을까? 아무튼 그는 암으로 고통 받다가 결국 세상을 뜬 그들을 지켜봐서인지 통증을 참느니 삶을 내려놓겠다며 하직인사차 들렸다 하였다. 그리고 세상을 달관한 듯 편안한 표정으로 미소까지 머금고 떠났다. 그의 체질공식은 이와 같다.
1959년 1월 7일 오전 08:00시 生 男
생년 戊戌(무술) 대운(체질을 변화시키는 에너지)
생월 乙丑(을축) 丙(병) 丁(정) 戊(무) 己(기) 庚(경) 辛(신)
생일 己丑(기축) 寅(인) 卯(묘) 辰(진) 巳(사) 午(오) 未(미)
생시 戊辰(무진) 9세 19세 29세 39세 49세 59세
체질: 냉습(冷濕, 간과 심장이 작고 약하지만 비위와 신장 방광은 크고 강하다)
오장육부와 오행의 성질: 생년과 생시의 戊(무)는 위장 에너지고 오행은 양의 土氣이며, 성질은 지음(至陰, 젖은 음식의 원기를 널리 퍼뜨린다는 뜻)이다, 생월의 乙(을)은 간 에너지고 오행은 陰의 木氣이며 성질은 소양(少陽, 陰 중 陽氣)이다. 생년의 戌(술)은 위장 에너지고 오행은 陽의 土氣이며, 성질은 건조하다. 생신의 辰(진)은 성질이 매우 습한 위장 에너지고 오행은 陽의 土氣이다. 생월과 생일의 丑(축)은 얼어붙은 흙처럼 매우 냉한 비장 에너지고 오행은 陰의 土氣이다.
진단: 체질을 구설하고 있는 에너지는 생월의 乙을 제외하고 모두 土氣이다. 그러나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생월과 생일의 丑(축)과 생시의 辰(진)이다. 셋 다 水氣를 가득이 장복하고 있어서 물과 뒤범벅이 된 흙과 같고 오장육부 전체가 차고 냉하고 습하다. 공식이 이를 때는 水를 종(從)하는 전형적인 특이체질이다. 종이란 水를 따라간다는 뜻인데 체질을 변화시키는 대운을 계속해서 水氣가 주관해야 한다는 뜻이다. 水가 주관하면 자연히 火氣가 들어와서 건강을 유지시켜 준다. 이런 체질을 황제내경에서는 潤下(윤하)라 하는데, 앞의 첫 예문인 炎上(염상)과 반대가 된다, 따라서 수기를 따라가는 윤하 체질은 체질을 변화시키는 대운에서 火氣를 만나면 즉시 곤강에 적신호가 온다.
그런데 대개 이런 때에 약을 잘못 먹고 없던 병도 불러들이고 생명을 단축시키기 십상이다. 水를 종하면 속은 얼음처럼 차도 겉은 열이 많은 표리가 부동한 특이체질이라 본인도 의사도 착가하기 쉽기 때문이다. 열이 많으니 당연히 차고 짠 음식과 약을 섭취할 테니 한 마디로 저승사자를 미소 짓게 한다는 말이 따로 없다. 이열치열이란 말이 있듯이 반드시 더운 성질의 신맛 쓴맛 단맛에 속하는 음식과 약초로 간 심장 위장을 강화시켜서 속의 냉기를 덜어내야 한다. 따라서 예문을 든 이 사람은 火가 주관하는 39세 기사(己巳) 대운 중반부터 가끔 변비 설사로 고생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용정수술까지 하였다. 그러다가 기사 대운이 끝나는 49세에 직장암으로 세상을 떴다. 본래 대장암을 의심했는데 용정을 수술하고 항암을 하는 등 본인의 부단한 노력으로 음식물찌꺼기로 인한 염증이 대장에서 벗어날 수는 있었으나 직장에서 정체돼 암이 된 것이라 나름으로 판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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