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오행 건강학] "허파 허하면 가을 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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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03/11/06
[음양오행 건강학] "허파 허하면 가을타요"
금 기운은 의리를 덕목으로 삼는다. 삼국지 관운장(오른쪽)처럼 장군 기상이 있는 사람은 금이 강해 폐가 실하지만 건강을 과신하기 쉽다.
이승만 전 대통령(왼쪽)은 폐가 약했지만 금 기운을 강화해주는 토 기운을 만나 대통령에 올랐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청년 시절 필자는 긴 머리에 갸름한 얼굴 그리고 투명하리만치 희고 연한 피부색을 가진 한 여성을 연모한 적이 있다. 늘 고독한 모습으로 독서를 즐기던 그녀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어느 날 각혈을 하기 시작했고 스물한 살 되던 해에 폐결핵으로 요절했다.
몇 년 전 중국의 네이멍구(內蒙古)에서 만난 조선족 사내는 180cm의 훤칠한 키에 허리둘레가 한 아름이나 될 만큼 건장한 체구였다. 부리부리한 눈과 튀어나온 광대뼈, 두꺼운 어깨와 등 그리고 의리를 중하게 여기는 그는 옛 시절 장군의 기상을 느끼게 했다. 그런데 평소 감기 한 번 앓아본 적이 없던 그가 어느 날 간암 판정을 받고 석 달 만에 세상을 등져 버렸다. 겨우 마흔 넷의 한창 나이에….
옛말에 미인은 박명(薄命)하고 의기가 넘치는 장군은 요수(夭壽)한다더니 바로 앞의 두 사람을 두고 한 말이 아닌가 싶다. 왜 그들은 인생의 꽃을 피워 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야 했을까. 의명학(醫命學)으로 보면 이들은 둘 다 금(金) 기운에 속하는 폐가 문제였다.
폐는 심장이 만든 피를 온몸으로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하며, 건강한 호흡기와 아름다운 피부, 튼튼한 뼈(치아 포함)를 유지하는 데도 관여한다. 금의 본성은 곧고 바른 의(義)에 있다.
문제는 금 기운이 너무 강하거나 허약할 경우에 발생한다. 필자가 연모했던 여성은 폐가 지나치게 작고 허약한 경우였다. 폐가 허하다 보니 외로움을 잘 탔고, 슬픈 일이 있을 때 가슴이 저미는 듯 괴로워했으며, 피부가 희고 고운 대신 실핏줄이 보일 만큼 연약했고, 치아가 빨리 상했던 것이다.
폐가 약한 사람은 현미밥, 율무, 마늘, 고추, 무, 표고버섯, 배추, 달래, 뽕나무가지와 잎, 상황버섯, 양파, 생강, 수정과, 복숭아, 박하, 배, 후춧가루, 겨자, 고추냉이, 어패류, 땅붕어, 가물치, 각종 동물의 허파 등을 자주 먹으면 좋다.
반대로 장군 기상이 넘쳐났던 사내를 분석해 보자. 그는 폐가 다른 오장에 비해 지나치게 크고 실한 것이 문제가 됐다. 체질로 보면 피부가 두껍고 거칠었으며, 골격이 선명했고, 웬만한 술병 뚜껑쯤은 치아로 가볍게 딸 만큼 뼈가 튼튼했다.
삼국지의 영웅 관운장처럼 의리를 지상 최대의 덕목으로 내세운 것 역시 금 기운이 강한 때문이었다. 이런 체질을 가진 사람들은 건강을 과신해 자만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금 기운의 폐가 크고 실하면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목(木) 기운의 지배를 받는 간과 담이 작고 허약하다. ‘쇠가 나무를 부러뜨린다(금극목·金剋木)’의 법칙에 따라 간이 병들게 마련인 것이다. 이때는 목 기운에 속하는 간과 화(火) 기운에 속하는 심장을 좋게 하는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물론 폐가 지나치게 실하거나 허약하다고 해서 무조건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폐가 허약한 사람은 화나 목 기운이 강할 때 병이 들고 운명도 쇠한다.
화 기운은 금 기운을 꺾어버리고 목 기운은 금 기운을 약화시킨다.
거꾸로 금 기운이 강하거나 금 기운을 강화해 주는 토(土) 기운이 강할 때는 폐도 건강하고 운도 상승 기조에 있게 된다.
선천적으로 폐가 허약했던 이승만 전 대통령이 좋은 본보기다. 그는 천지가 토와 금의 기운이 유행하는 해에 대통령에 올라 호시절을 누렸지만, 화 기운이 유행할 때 결국 하야하고 사망했다.
폐가 너무 강한 사람은 당연히 금 기운을 더욱 강하게 해주는 토와 금의 기운이 유행할 때 간에 병이 들고 운명이 쇠한다. 반면 목과 화의 기운이 유행하면 건강하고 운도 상승하게 된다.
선천적으로 폐가 강한데 화의 기운을 맞이해 욱일승천한 대표적인 인물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있다. 금의 본성에 따라 의리를 중시했던 그는 화의 운에 대통령이 돼 영화를 누렸다.
정경대 (국제의명연구원 원장 세명대 한의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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